[The Makers] 오블리크테이블 김지영 디렉터
집 안의 가구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테이블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자리를 넘어섭니다. 가족과 다정한 눈을 맞추고, 가까운 이들과 온기 어린 대화를 나누며, 묵묵히 혼자만의 시간에 몰입하는 곳. 우리는 테이블 위에서 밥을 먹고, 일하고, 사유하며 하루의 수많은 조각을 통과합니다.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하던 소파를 과감히 덜어내고 그 자리에 큼직한 테이블을 들이는 이들이 늘어난 풍경 역시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테이블이 한 공간의 온전한 중심이 될 수 있을까?”
오블리크테이블은 바로 이 단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2013년 첫 발을 뗀 이후,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가구의 본질을 탐구하며 14년째 브랜드를 이끌어오고 있는 김지영 디렉터를 만났습니다.
Movement Lab(이하 M). 수많은 가구 중 왜 '테이블'에 주목하셨나요?
Ji Young Kim(이하 J) “오블리크테이블은 ‘테이블이 공간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를 던지며 시작되었습니다. 테이블은 본래 식사를 위한 가구로 정의되지만, 실제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그보다 훨씬 입체적인 시간들이 그 위에서 펼쳐집니다.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동안 한 켠에서는 아이가 숙제를 하고, 누군가는 서류를 펼쳐 일을 하거나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차를 마시는 고요한 시간마저도 테이블 위에서 흐릅니다.
하지만 브랜드를 론칭하던 2013년 무렵만 해도, 테이블은 대개 단순한 용도나 규격화된 크기에 맞춰 기능적으로만 소비되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일상의 가장 다채로운 장면을 품어내는 가구라면, 형태와 소재, 비례와 쓰임새 역시 그 삶의 층위만큼이나 다양해져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테이블이라는 단 하나의 존재를 가장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었습니다.”
M. 오블리크테이블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J. 순간의 화려함보다는 시간의 지속성을, 시각을 자극하는 인상보다는 곁에 머무는 안정적인 비례와 구조를 깊이 고민하는 브랜드입니다.
미니멀하지만 결코 차갑지 않고, 단순한 선을 지니되 가볍게 날리지 않는 것. 처음 마주했을 때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 오랜 세월 곁에 두고 쓰면서 문득문득 섬세한 디테일과 편안함을 발견하게 되는 가구를 짓고자 합니다.
‘오블리크(Oblique)’라는 이름에는 ‘기울어진’, ‘비스듬한’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낯설고 이질적인 형태를 만들겠다는 욕심이 아닙니다. 매일 마주하는 익숙한 형태 안에 아주 작은 각도와 비례의 변주를 더해, 오블리크만의 절제된 인상을 조각해 내겠다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형태는 언어이고, 소재는 기준이다’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일합니다. 일회성 트렌드에 기대기보다, 긴 시간 동안 한 공간의 단단한 기준점이 되어주는 브랜드로 남고 싶습니다.
M. 테이블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J. 테이블에서 시선이 가장 먼저 닿고, 손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 ‘상판’입니다. 공간 속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만큼 상판의 물성과 색감, 두께감 하나에 공간 전체의 공기가 바뀝니다.
하지만 상판을 단순히 매끄러운 시각적 오브제로만 대할 수는 없습니다. 매일 뜨거운 식기가 오가고, 찻물이 떨어지며, 아이들의 크레파스 자국이 묻어나는 곳이니까요. 일상의 가장 생생한 흔적이 닿는 자리이기에 조형적인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내구성, 관리의 수월함, 그리고 손바닥을 얹었을 때 느껴지는 살결 같은 감촉까지 모두 계산되어야 합니다.

세라믹, 나노라이트, 천연 무늬목 등 저마다의 성질을 지닌 소재를 면밀히 살피고, 각 소재가 지닌 본연의 결이 왜곡 없이 드러나는 마감과 두께를 끊임없이 테스트합니다. 좋은 상판이란 전시장에서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실제 삶의 무대 위에서 비로소 온전하게 쓰일 수 있어야 하니까요.

M. 조형적인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J. 하나의 요소가 유독 도드라지는 도발적인 디자인보다는, 상판과 다리, 물성과 구조가 이음새 없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지향합니다.
동일한 상판이라 할지라도 이를 받치는 다리의 두께나 결합 위치에 따라 시각적인 무게감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때로는 날렵해 보이고, 때로는 지나치게 둔중하거나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하죠. 그렇기에 상판의 매스감에 발맞추어 하부 프레임의 굵기, 다리 사이의 여백, 그리고 지면에 닿는 접지 면적을 밀리미터 단위로 미세하게 조율합니다.
소재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차가운 금속 소재에는 부드러운 유기적 곡선을 입히고, 무게감 있는 묵직한 상판 아래에는 시선이 통과하는 열린 구조의 프레임을 매치해 긴장을 덜어냅니다. 두드러진 하나의 디테일로 시선을 끄는 가구보다, 모든 요소가 본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맞물려 하나의 단단한 균형을 완성하는 가구를 만듭니다.

M. 테이블과 체어의 스타일링 팁을 전해주신다면요?
J. 테이블과 의자를 마치 한 세트처럼 동일한 색상과 소재로 통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조건이 완벽히 일치하면 공간의 표정이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경직될 수 있거든요.
제가 권하는 방식은 ‘하나의 기준은 잇고, 하나의 요소에는 변주를 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단정한 직선의 테이블에는 우아한 곡선 실루엣의 의자를 매치하거나, 묵직한 무게감의 테이블에는 가볍고 슬림한 프레임의 의자를 곁들이는 식입니다. 소재나 형태가 다르더라도 전체적인 색조의 온도나 금속 프레임의 굵기처럼 하나의 공통분모가 연결되어 있다면 시각적인 불협화음 없이 감각적인 조화를 이룹니다.
모든 의자를 똑같은 디자인으로 채우지 않고, 테이블의 양 끝 헤드 체어만 다른 형태나 소재를 믹스해 공간에 경쾌한 리듬을 불어넣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각각의 의자가 너무 강한 조형미를 뽐내면 시각적인 피로도가 생길 수 있으니, 전체적인 실루엣과 등받이 높이의 균형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M. 플로우 체어의 패브릭 버전도 곧 출시된다고 들었습니다.
J. 네, 맞습니다. 그동안 오블리크테이블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온 플로우 체어의 패브릭 버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존 베니어 모델과는 또 다른, 한층 포근하고 안락한 착석감을 전해드리고 싶었거든요. 컬러 라인업 역시 한결 다채로워져서 각자의 공간 무드에 맞게 감각적으로 스타일링하시기 좋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