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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KERS | “밤은 밤이어야 한다” by 호안가스파르  

인터뷰

THE MAKERS | “밤은 밤이어야 한다” by 호안가스파르

좋은 조명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도구에 그치지 않습니다. 빛과 그림자의 경계를 조율하며 공간에 숨을 불어넣고, 그곳에 머무는 이들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하나의 서사죠.


무브먼트랩이 만난 창작자들의 기록의 또 다른 이야기 이번에는 스페인 프리미엄 조명 브랜드 '마르셋(Marset)'의 수석 디자이너 조안 가스파르(Joan Gaspar)를 만났습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르셋의 정체성을 구축해 온 그가 말하는 빛의 본질, 단순함의 미학, 그리고 무브먼트랩과의 파트너십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빛의 언어로 공간의 서사를 쓰다

Marset 수석 디자이너, 조안 가스파르 (Joan Gaspar)

"제 이름은 조안 가스파르입니다. 산업디자이너이자 제품 디자이너죠. 제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이자, 빛을 통해 공간과 감정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브랜드 '마르셋'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습니다."

01. 본질을 바꾸는 마인드셋, 그리고 단순함의 깊이

마르셋은 본래 1940년대 금속 주조 공장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조명 브랜드로 진화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안 가스파르는 이러한 극적인 전환점의 핵심으로 창립자들의 '마인드셋'을 꼽습니다.

"결국 변화를 만드는 것은 사람과 마인드셋입니다. 30년 전 제가 합류했을 때, 창립자들은 기존의 제조 방식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길 원했습니다. 저는 대체 소재를 찾고, 이전에는 가구에 쓰이지 않던 정교한 재료들을 도입하며 관념의 틀을 깨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마르셋의 헤드쿼터

그가 이끄는 마르셋의 디자인은 겉보기에는 지극히 단순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묵직한 깊이가 느껴집니다. 그가 정의하는 단순함이란 무엇일까요.

"저의 스승에게 배운 가장 큰 가치는 '단순함(Simplicity)은 가장 강력한 가치'라는 점이었습니다. 여기서 단순함이란 단순히 요소를 덜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재료를 깊이 이해하고 그 한계를 명확히 파악한 뒤, 그 안에서 사물이 가질 수 있는 표현의 가능성을 한계까지 끌어내는 일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일상적인 재료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고유하게 사용하는 것, 그것이 마르셋이 재료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재료의 재발견 ㅣ 진저(Ginger) 램프

마르셋의 대표작이자 조안 가스파르의 대표작이기도 한 '진저' 램프는 원래 음식을 나르는 '쟁반'을 만들 때 쓰이던 압착 종이(Papel Prensado)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원래는 음식 접시를 담는 쟁반 용도로 사용되던 소재였는데 이 소재를 조명에 대입함으로써, 다양한 사이즈와 유기적인 구성이 가능한 마르셋만의 독창적인 컬렉션이 완성되었습니다. 덕분에 조명의 콘셉트와 소재의 결합에서 굉장히 많은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이즈와 설치 방법에도 잘 대응할 수 있었죠."



프로덕트 디렉터 조안 가스파르가 디자인한 진저(Ginger) 컬렉션

02. 켜진 순간과 꺼진 순간, 조명이 가진 이중의 마법

마르셋의 프레질(Fragile) 컬렉션 by 하우메 라미레스(Jaume Ramírez)

조명은 건축과 오브제를 연결하는 정교한 다리입니다. 조안 가스파르는 인공 조명이 결코 자연광을 흉내 내서는 안 된다고 단언합니다.

"저에게 잘 빛나는 공간이란 각 기능에 맞는 빛이 존재하고, 과하지 않으며, 건축을 존중하는 공간입니다. 조명이 건축 안에 녹아든다는 것은 스스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건축을 든든한 동반자로서 지탱하며 기분 좋은 빛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태양이 만드는 자연광과 램프가 만드는 인공 조명은 전혀 다른 두 개의 세계입니다. 인공 조명이 자연광을 억지로 모방하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밤의 빛은 밤 고유의 정서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는 조명을 디자인하는 일을 '마법'에 비유합니다. 사물이 불이 켜졌을 때와 꺼졌을 때, 전혀 다른 두 가지 상태를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존재감 있는 오브제를 만든다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조명은 켜져 있을 때뿐만 아니라, 꺼져 있는 순간에도 독창적인 형태를 인식할 수 있고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상태를 모두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것이 마르셋 디자인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두 상태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 순간 깊이 고찰합니다."

마르셋의 감보사(Gambosa) 컬렉션 by 마티아스 한(Mathias Hahn)

03. 서울에서 발견한 영감, 그리고 프리스크리프터(Prescriptor)를 향한 기대

짧은 한국 체류 기간이었지만, 그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특유의 에너지와 세련미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도시의 스카이라인, 모던한 건축물, 그리고 그 사이에 내려앉은 전통 건축 양식의 조화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조금 전에는 '잭슨카멜레온(Jackson Chameleon)' 쇼룸을 다녀왔는데, 공간을 풀어내는 감각이 굉장히 흥미롭고 세련되어 신선한 자극을 받았습니다."

그는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에서 마르셋의 '빛의 언어'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고 있을까요? 그 중심에는 공간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공간을 설계하고 큐레이션하는 프리스크리프터(Prescriptor: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디렉터)들이 저희 제품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봐 주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제품에 애정과 존중을 담아 공간에 조명을 배치해 줄 때 디자인은 비로소 완성됩니다. 마르셋의 포트폴리오는 기념비적인 랜드마크부터 아주 사적이고 소소한 공간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탁월한 범용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유연한 가치를 창작자들이 마음껏 활용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번 무브먼트랩과의 파트너십에 대해서도 그는 고무적인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기대가 정말 큽니다. 무브먼트랩의 쇼룸들을 둘러보며 이들이 가진 취향과 미감의 밀도가 엄청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마르셋의 조명들이 무브먼트랩의 훌륭한 프로젝트들과 만나 공간의 완성도를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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